구글 머신러닝 부트캠프 후기
시간이 남아도는 동안 구글에서 진행하는 머신러닝 부트캠프에 참가했습니다. 작년에는 떨어졌는데 올해는 구구절절한 신세한탄이 먹혔는지 합격을 해서 머신러닝 공부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꽤나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부트캠프 참가 후기를 남겨두고자 합니다.
참가
페이스북인가 어디에서 지나가면서 올해에도 머신러닝 부트캠프 지원자를 모집한다는 글을 읽고 지원했습니다. 작년에도 참가신청을 했는데 떨어져서 올해는 좀 더 정신 차리고 신청을 해 봤습니다. 마침 회사 그만둬서 시간이 남아 돌았는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발자로서 머신러닝이란 것에 대해 흥미가 있기도 했고, 기존에 개발자로 일하던 분들이 머신러닝으로 전공을 전환하는 분들도 많다고 들어 참여할 수만 있으면 큰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했습니다. 언젠간 공부해야지 라는 마음만 가지고 있었지만 혼자서 하려니 막막하던 차에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지원했습니다.
이런 절절함을 담아 지원서와 코딩 테스트를 진행해서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에 이런 것들 지원해도 높은 확률로 떨어지기만 했던 터라 사실 포기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합격통보를 받았습니다. 머신러닝 분야로 진로를 변경하고 싶어하는 현직 개발자도 모집하고 있었는데, 마침 제가 그런 현직 개발자라서 합격하게 된 것 같았습니다.
합격하고 보니 대학생 및 사회 초년생 비중이 많았습니다. 생각보다 시니어 비율이 적어서 당황스럽기도 했고, 동년배도 거의 없는 것 같아서 좀 외롭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젊음의 풋풋한 열정과 어설픔에서 오는 강렬한 야생의 에너지가 신선한 자극이 되더군요. 뭘 하기 전에 이리저리 눈치만 살피는, 개발자라기 보다는 정치꾼이 다 된 퇴물에겐 나른한 오후 커피와도 같은 자극이었습니다.
합격 통보를 받고 나서는 약간은 두근두근거리더군요. 미리 파이썬 한 번 더 점검을 해 둬야되나 싶기도 해서 최신 버전 파이썬 설치도 했습니다. 미적분을 다시 봐둬야되나 싶어서 머신러닝과 관련된 수학 개념들 인터넷으로 뒤져보기도 하고, 같이 진행하고 있던 파이토치 튜토리얼 번역 프로젝트에서 응용할 수 있는 지식들은 없을까 싶어 머신러닝 기본 개념 관련된 문서들을 뒤적거리기도 했습니다.
뭐 허허… 다 쓸모 없더군요. 결론적으론 부트캠프를 진행하며 처음부터 공부를 전부 다 다시 했습니다. 이전에 유다시티에서 인공지능을 수강했을 때엔 텐서플로 1.x 버전이었는데, 현재는 버전 2까지 나왔더군요. functional API 같은 함수형 프로그래밍 개념의 도입이라던지, 다양한 시각화 라이브러리, 생소한 데이터 처리 관련 프레임워크 및 서비스들이 엄청 많이 등장해서 꽤나 고생을 했습니다… 초심자의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했네요.
진행
참가자가 달성해야 되는 목표는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코세라 (앤드류 응 교수님 강의)
- 자격증 취득 (텐서플로, GCP ML or Data Engineer)
- 캐글 프로젝트 상위 25% 진입 or TPS 노트북 제출
코세라는 매 주마다 일정 분량을 소화해서 총 8주 이내에 모든 강의를 수강해야 됩니다. 자격증 취득 및 캐글 프로젝트 진행은 캠프 마지막까지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달성이 가능하며, 조기 수료자들에게는 각종 굿즈 및 추가적인 자격증 응시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코세라의 앤드류 응 교수님 강의료 및 자격증 1회 응시료는 기본적으로 지원을 해 줍니다. 열정을 가지고 달려들면 꽤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이 있는데, 매 주마다 특정 주제에 대한 테크토크 및 회사 리크루팅 시간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머신러닝 분야로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관련 회사로 이직 및 입사를 희망하는 분들을 위한 캠프이기에 이런 시간을 가지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회사들은 다 나온 느낌이 들더군요. 구글 네임 밸류나 인맥이 아니고서야 이런 회사들 모아서 세션 개최하기 힘들지 않았나 싶더군요.
테크토크나 리쿠르팅이라고는 하지만, 참여하는 회사의 목적에 따라 조금씩 다른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력을 채용하고 싶어하는 회사들은 적극적인 회사 소개 및 채용 포지션 소개, 입사 관련 질의응답 시간을 가집니다. 참여 인원도 다양하더군요. 현직 머신러닝 엔지니어들이 직접 나와서 회사에서 어떤 모델, 혹은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비즈니스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는지 설명하는 회사도 있고, 어떤 인력을 뽑았으면 좋겠다라고 적극적으로 채용을 희망하는 회사도 있었습니다. 저는 잘 몰랐지만 연사들 중에서는 업계 유명인들도 꽤나 있었다고 하더군요.
진행 강도
부트캠프의 진행 강도는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코세라 강의는 일주일마다 정해진 분량을 소화해야 되긴 하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진도를 쫘악 뺄 수도 있습니다. 코세라 수강 이후 자격증 취득 및 캐글 프로젝트 진행은 부트캠프 종료까지 두 달동안 자유롭게 수행하면 됩니다. 물론 더 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자유에 따르는 책임과 성과만 보장한다면 무제한적인 지원을 해 주는 구글스러운 진행 방식입니다.
코세라를 제외하곤 여유롭게 쓸 수 있는 세 달이란 시간이 주어지기에 느슨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캐글 프로젝트 팀원들도 자유롭게 짜도록 해서 조별과제의 악몽에 시달리지 않아도 됩니다. 테크토크나 채용 설명회 등에서 언급된 내용들을 과제로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오직 자유롭게, 대신 원한다면 업계 최고의 지원을 해 주겠다, 다만 자기가 알아서 공부하도록 놔둔다 정도였기에 아무래도 느슨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네이버 부스트캠프도 병행하거나 이전에 참여를 하셨던 분들도 계셨는데, 그 분들은 구글 부트캠프가 확실히 느슨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군요. 네이버 부스트캠프는 오전부터 빡빡하게 강의 및 조별 과제를 진행하고 밀착마크를 하는 멘토도 있어서 엄청난 압박과 진행 강도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촘촘한 Q&A 및 밀착 마크를 통해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한데 이런 진행 강도? 압박의 차이는 주최하는 회사의 문화와, 각 캠프의 목적과, 대상 참가자의 차이로 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구글 부트캠프는 정말 구글스럽습니다. 직장인도 참가하기에 인터넷 강의와 같은 알아서 스스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진행하면서, 성장하고 싶다면 구글의 빵빵한 지원을 마음껏 맛보게 해주마 라는 일종의 플랫폼을 제공해 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약하자면 이런 의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코세라를 통해 ML의 기본 지식을 획득하고, 이런 토대 위에서 참여자들은 본인의 흥미와 관심이 가는 방향으로 스스로 탐색하며 공부를 진행해서, 캐글에서 한 번 실제로 써 보면서 현업에서도 통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고 공부한 내용을 증명해 봐라. 그리고 이런 활동을 대외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인 자격증도 한 번 취득해 봐라. GCP 기반으로 수행하는 ML의 최신 트렌드도 한 번 맛봐라. 테크토크 혹은 채용 설명회를 통해 현업에서 ML이 어떻게 비즈니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이런 회사에서 채용하고 싶어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도 가르쳐 주겠다. 그러니 취업도 한 번 도전해 봐라. 이 모든 활동을 구글 레벨에서 지원해 줄 테니 원한다면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지원해 줄테니 알아서 열심히 해 봐라.
본인이 원한다면 스스로 움직이라는 의도가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하는 만큼 얼마든지 성장을 도와줄 수 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게, 텐서플로를 만든 로렌스 모로니까지 불러서 AMA 섹션을 진행할 정도이니 말 다했죠. 개인적으론 정말 열심히 참여했다고 생각했지만 학업이나 이직이나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바빠서 더 열심히 하지 못한 것이 엄청 아쉽긴 하더군요. 조금만 더 욕심을 냈으면 어떨까 싶기도 했는데 뭐 과거일 뿐이죠.
적당히 전체적인 진행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각각의 세션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코세라 강의
코세라 강의 수강은 앤드류 응 교수님의 인공지능 강의를 매 주마다 정해진 분량을 듣고 인증샷을 찍어야 합니다. 외국어로 된 강의인데다가 코세라에서 제공하는 영어, 한글 자막도 형편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한데 코세라에 올라온 강의 영상들과 정확하게 동일한 영상이 유튜브에 잘 정리된 한글 자막과 같이 올라가 있더군요…. 이 유튜브 채널 덕분에 강의 진도도 좀 더 빨리 나가면서 내용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 주 정해진 분량이 있긴 한데 추가로 진도를 더 나가도 상관이 없습니다. 캠프측에서 선착순 조기 수료 특전을 제공하는 식으로 눈 앞에서 당근을 흔드는데, 저는 그 당근에 이끌려 정해진 일정보다 좀 더 빨리 들었습니다. 전체 강의를 다 듣는데 3~4주 정도 시간이 소요됐는데, 처음엔 미적분 나오고 수학 나와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한데 수업에서 어떤 현실적인 문제를 설명하고, 이런 해결책은 다음 강의에 나옵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궁금증을 유발하기 시작해서 가면 갈수록 더 많이 듣고 싶어지더군요. 좀전에 말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대체 뭐지 라는 생각이 들어 계속 수업을 듣는데, 참 공돌이 스럽다 싶었습니다.
코세라는 처음 써 봤는데 생각보다 괜찮더군요. 물론 단점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럼에도 5~6만원만 내고 강의, 실습 환경, 토론, Q&A 모두가 지원되면 꽤 괜찮지 않나 싶기도 하더군요. 유다시티의 돈값 못하는 비싼 강의에 몇 번 데인 적이 있어서 처음엔 반감이 좀 들었는데, 가성비가 좋으니 만족스럽더군요.
코세라 강의와는 별 상관이 없는 여담이지만, 수업을 들을 때 중간중간에 참여한 ‘모각코’가 기억에 많이 남더군요. ‘모여서 각자 코딩’의 줄임말이라는데, 카페나 스터디룸에서 각자 코딩을 하는 활동이라고 하더군요. 코로나 시대라서 구글 meet에서 카메라를 켜 두고 각자 코딩하는 식으로 진행을 했는데 남들과 같이 공부한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에 위안도 되고 좋더군요. 코세라 강의를 다 들었을 때에도 모각코를 하던 중이었는데 혼자서 만세하고 막 웃었는데 나중에 확인하니 카메라로 남들이 다 보고 있더군요… 개인적으론 만족스럽긴 했지만 젊은 분들이 많은데 내가 괜히 끼었나 싶기도 한 모각코도 있어서 낄끼빠빠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격증 공략
세 가지 자격증을 캠프 기간 내에 따면 되는데, 전 GCP ML에 도전했습니다. 텐서플로 자격증은 그냥 답안지를 외우면 딸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해서 끌리지 않기도 했고, 구글 클라우드를 써 보면서 ML 서비스를 어떻게 클라우드에서 쓸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AWS는 써 봤지만 써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GCP를 공부할 겸 해서 도전해 봤습니다.
GCP ML 자격증을 위한 특화 과정도 코세라에 있어 바로 수강했습니다. 구글에서 직접 만든 코스라서 어렵진 않을까 하는 염려와, 9개 코스로 이루어진 특화 과정이라 다 공부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양도 엄청 많아서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집중해서 들으면 금방 끝나지 않을까 싶어 시도해 봤죠.
한데, 문제는 공부를 할 양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더군요. 구글에서 직접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개별 코스 중첩된 내용이 나온다던지 하는 불완전한 커리큘럼,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퀵랩, 질문에 대한 불성실한 피드백 등 엄청난 실망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GCP 한번 훑으면서 이러저러한 서비스를 조합해서 ML을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이전에 AWS 쓰면서 클라우드에 대해 막연하게 쓰면서 깨달았던 점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던 코스라서 나름 좋은 점도 있긴 있었습니다.
또다른 문제점은 코세라의 자격증 특화 과정에서 GCP ML 자격증 시험문제가 별로 출제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자격증 시험이란게 덤프만 외워도 딸 수 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따지면 깊숙히 공부할 필요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운 내용을 토대로 시험을 쳐 보고 싶었기에 심혈을 기울여서 공부를 했습니다. 하지만 덤프에 나온 내용은 코세라의 내용과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코세라의 강의는 비교적 최신 서비스도 포함하고 있었지만 시험은 Vertex AI 관련된 문제는 출제되지 않더군요. 코세라 코스보다는 구글에서 운영하는 GCP 상에서 AI 운영 및 유스케이스를 제공하는 웹페이지가 시험에 더 도움이 되었습니다. 거기다, GCP Data engineer 특화 과정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 내용이 ML 준비 과정에는 포함이 되어 있지 않은 것들도 있고 해서 개인적으로는 뒷맛이 씁쓸한 자격증 취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격증은 남았으니 이득 아닌가 싶네요.
닳을대로 닳은 개발자가 이제와서야 이런 입문 자격증이 제 커리어에 도움이 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고생한 결과가 이렇게 눈으로 보이니 기쁘긴 합니다. 참고로 ML 자격증 취득 이후 도전한 GCP Data Engineer 자격증은 시험에서 떨어졌습니다… 뭐하는가 싶네요.
캐글 프로젝트
캐글에는 많은 시간을 쏟아붓지 못했습니다. 흥미가 가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 않기도 해서 배운 내용을 정리할 겸 TPS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제가 도전한 프로젝트는 TPS입니다. TPS는 Tabular Playground Series의 약자로서, 캐글 입문자와 본격적인 캐글러 사이의 초중급용 프로젝트입니다. 입문자용 프로젝트인 타이타닉 생존자 예측보단 조금 더 어려운 난이도로서, 테이블 형태로 된 데이터를 제공하여 결과값을 예측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정리해 보면서 이런저런 것들을 시도해 보기에 좋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서 도전을 해 봤습니다.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정리하고 적용해 보고자 하는 겸허한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만….. 하다보니 생각보다 불타오르더군요. 다른 분들이 제출한 노트북을 보니 xgboost 등을 사용해서 간략하고 알기 쉽게 정리하신 분들도 계셨고 디스커션에서 이런저런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되기도 해서 그런 글도 참고하면서 EDA부터 시작했습니다.
부트캠프에서 계속해서 텐서플로를 사용해 왔기 때문에, 텐서플로를 배운 것들을 적당히 섞으면 상위권, 10% 이내에는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하더군요. 620명 중에서 뒤에서 5등을 했죠… 이 때부터 뭔가 머리에서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 코세라 강의에서 본 데이터 분석 방법이나 모델 작성하는 법을 복습하면서 필기한 것도 훑어보고, 동네 도서관에서 텐서플로나 머신러닝 책도 뒤적이기도 하고, 캐글 노트북과 코랩을 약간씩 다른 모델을 돌리면서 최대한 다양한 모델을 실험하기도 해봤습니다.
결국 모델의 복잡도와 데이터 전처리, 정규화 등을 적절히 섞어 주니 상위 25%까지 올라갔습니다. 상위 25%에 노트북 제출까지 한 터라 캐글 프로젝트 수료 조건은 채웠지만, 사람 욕심이란게 끝이 없는 법이죠. 조금만 더 하면 더 높은 등수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은 욕심이 들어서 이런저런 작업들을 더 진행했습니다. 한데 제가 모델을 개선하는 만큼 다른 분들도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서 적용하기도 하고, 캐글 노트북과 코랩 연결이 끊어져서 학습시키던 모델을 날려먹는 등 며칠 허송세월 하다 결국 상위권 진입에는 실패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모델을 개선시키거나 성능을 향상시킬 아이디어가 많더라도 그런 것들을 적용하고 실험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개발을 할 때처럼 컴파일해서 바로 결과를 보거나, 특정 메소드를 유닛 테스트로 시험을 하는 식으로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모델 학습에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 미리 알았더라면 코세라, 자격증, 캐글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다같이 진행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사실 캐글 참여에 지레 겁을 먹고 제일 뒤로 미뤄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너무 부담감을 느낄 필요 없이 그냥 하면 됐는데, 주저하기만 하다 또 뒤늦은 후회만 했습니다.
테크토크
머신러닝 관련 회사들이 직접 회사 소개 및 채용 홍보를 진행합니다. 개인적으론 채용과 업계 동향 정보 수집에 모두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론으로만 들었던 기술을 이런 곳에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과 인공지능쪽에 투자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떠오르는 굉장히 자극이 되는 세션이었습니다.
테크토크 이외에도 쉬어가는 코너로 진로 상담 및 이력서, 레쥬메 리뷰 등의 코너도 있었습니다. 부트캠프 총괄 진행이 그 KLDP의 권순선 님이었는데, 그 권순선 님이 직접 캠프 참가자들의 질문을 받고 대답도 하고 조언을 해 주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이름만 들어서 알고 있던 유명인과 실제로 문답을 주고받은 적은 처음이었던 데다 여러 업적에 대해 많이 들은 터라 이 분에게 좋은 말씀 들은 것 만으로도 캠프에 참여하길 잘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테크토크, 쉬어가는 코너 등 여러 섹션에 참여하며 인상깊었던 점은 권순선 님을 비롯한 부트캠프 운영진과 테크토크에 참여한 많은 분들이 정말이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값진 조언을 많이 해 주시고, 캠프 참가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다는 점입니다. 사회에서 냉정하게 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고, 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조언과 멘토링을 해 주는 사람이 얼마나 드문지 알던 터라 개인적으론 더 감사하고 감동했던 것 같네요.
채용을 진행하는 회사 중 지원해 보고 싶은 회사도 몇 군데 있었고 심각하게 지원을 고민한 회사도 두세군데 있었습니다. 한데 이전에 지원했던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그쪽으로 이직을 하는 바람에 ML 전문 기업으로의 취업은 접어야 했습니다.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도 캠프 도중에 취업한 사람 대상으로 주는 구글 굿즈에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참여자들이 꼽은 아쉬운 점
개인적으로 부트캠프에 아쉬운 점은 없었습니다. 어차피 개발자의 공부란 것은 결국 혼자서 할 수밖에 없는 작업이고, 그런 맥락에서 판을 깔아준 것 만으로도 감사했죠. 아래는 캠프 참가자들 중 몇몇 분들이 마지막에 아쉬웠던 점으로 꼽았던 것들을 나열하고, 관련된 제 견해도 간략하게 덧붙였습니다.
- 머신러닝을 좀 더 깊이 알고 싶었는데 채용 설명회나 별도 필요 없는 세션이 많았다.
음… 부트캠프의 목표가 머신러닝 관련 업무 취업인데 이런 말씀을 하신 분은 왜 참여했는지 모르겠더군요.
2. 앤드류 응 교수님의 코세라 강의 이후 느슨해진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이걸로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도 개발로 밥벌어 먹고 살던 사람인지라 실전에 써먹을 수 있는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알아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더군요. GCP 공부를 하면서 클라우드에서 지원하는 서비스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쿠버네티스를 통해서 학습을 어떻게 시키는지, 학습을 위한 파이프라인은 어떻게 구성할지 등 배운 내용을 이런저런 측면에서 고민하다보니 정말이지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나 자신이 부족한데 ML 관련 업종으로 취업이 가능할까 싶기도 했고, 어떻게 지금 배운 초급 레벨을 실무 레벨까지 올릴까 하는 압박감도 굉장히 강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반응을 보인 분들은 학생 분들이라 스스로 공부 목표를 설립하는데 익숙치 않아 이런 반응을 보인 것 같더군요.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정말이지 지긋지긋한, 밥벌이의 서러움과 지겨움을 맛본 사람이면 느슨하다는 이야기는 못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캠프 참가자들에게 CV, NLP, 음성인식 등 몇 가지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해 추가적인 도전 과제를 제시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직은 목표 설정이 미흡하신 분들을 위해 이런저런 조언이나 길잡이 역할을 분들을 뽑아서 자체적으로 팀 활동을 시키는 것도 도움이 되겠네요. 물론 목표 설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분들은 알아서 하게 놔두는 자율성도 살리는게 좋겠지요.
3. 조별 과제나 조별 활동이 없었다.
이런 활동을 해야 됐으면 전 바로 그만뒀을거 같네요. 필요하다면 자유롭게 캐글 조를 짜거나 스터디를 진행하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도 스터디에 참여해서 매주 공부한 것들 이야기하며 정보 주고받으니 엄청 도움 되더군요. 아무래도 제 추측은 참가자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보니 조별 활동으로 묶기 힘든 분들도 있고, 구글의 자유분방함 속에서 어떻게든지 답을 구해내라는 문화에 익숙치 않은 학생 분들이 하신 말씀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꼽은 아쉬운 점
제가 아쉬운 점은 참가자 분들 중에서 기본을 지키지 않는 분들이 몇 분 계신 것이 아쉬웠습니다. 코세라 강의가 그리 양이 많은 것이 아닌데 매 주마다 기한 내에 마무리하지 못해 주최측에 지속적으로 기한 연장을 요구하는 듯한 분들도 계셨고, 구글 meet로 진행되는 여러 화상 회의에서 카메라를 켜 달라고 요청을 했음에도 카메라를 끄고 참여하신 분들도 많더군요. 메일이나 프로그램 설명에 충분한 정보가 있는데 숙지하지 않고 운영진에게 스팸성 메일을 보내는 분도 계시고 말이죠.
구글에서도 비용을 들여서 진행하는 행사인데, 기본적인 요청사항은 따라줘야 되는건데 왜 저렇게 행동하나 싶었습니다. 참여 인원이 많으면 xx 보존의 법칙에 따라 몇몇 참가자들의 이상 행동도 있겠거니 싶었는데 직접 지켜보니 참 없어 보이더군요. 저도 남들이 보면 저러진 않나 싶어서 더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쓰고 보니 제가 꼰대군요. 저도 참 글러먹었습니다…..
결론
배경이 각기 다르지만 머신러닝 엔지니어 및 개발자를 목표로 하는, 공통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흔치 않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스터디도 하고 모각코 같은 이상한 짓도 한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마지막에 개더타운에서 모각코 출석 체크 횟수를 집계했는데 제가 제일 많이 참석했더군요… 눈치없이 너무 많이 참여한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다른 분들과는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현직 개발자라 이런저런 눈높이 차이도 있고 해서 친하게 지낸 분들이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인적 네트워킹의 빈곤함이야 제가 꾸준히 부족하던 거였으니까 감내해야 되는 부분이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남들 네트워킹 하는거 방해는 안했으니 중간은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 차이가 스무살 가까이 나는 분들의 열정을 보니 저도 모르게 호승심과 열정이 끓어 올랐던 것도 생각나네요. 일천하기 그지없는 지식으로 꽤나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가 하는 헛소리도 속으로 되뇌이긴 했지만, 결국 지기 싫어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이것저것 해 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한편으론 정말 열심히 공부한 참가자 분들은 나랑 비슷한 연차가 되면 나보다 훨씬 더 좋은 곳에서 고액 연봉자로 일하겠다는 생각에 질투가 들기도 하더군요. 왜 내가 저 나이엔 이런 기회를 받지 못했을까 하는 복잡미묘한 감정도 피어오르기도 하면서 쓸데없는 생각만 많아지더군요. 저도 대인배는 아닌 모양입니다. 소인배죠 뭐…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머신러닝에 대해 좀 더 편안해졌고, 결과적으로 새롭게 자리잡은 직장에서 머신러닝 관련된 사항은 제가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볼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야 개발자에겐 늘상 있는 일이었지만, 이런 행사에 도전한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는 다른 의미로의 도전이라 즐거웠습니다.
부트캠프는 끝났지만, 몇몇 분들은 계속해서 스터디나 프로젝트를 행한다고 하는군요. 저도 다른 분들과 같이 공부하고 싶어서 활동 잘 하시던 분들에게 문의도 해 보고 스터디도 가입하겠다고 손을 들긴 했지만, 제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랑은 달라서 결국 혼자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캠프 도중이라 눈치는 보이지만 무리하게 스터디에 참여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도 드네요.
아무튼, 현업에서나 개인 프로젝트에서 해보고 싶은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계속해서 생각나고 있습니다. 한동안은 재미있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질리지 않는 장난감을 가지게 된 기분입니다. 자그마한 토이 프로젝트부터 천천히 시작해 봐야겠네요.